<변강쇠歌2015:사람을 찾아서>

작가노트: 송상희

본인의 개인전 <변강쇠歌2015:사람을 찾아서> 는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던 변강쇠歌를 지금 한국의 상황, 그리고 신자유주의/ 신냉전주의에 직면한 격동하는 현재 세계의 상황에 비춰 재해석하고자 한다.
유랑생활을 하던 광대들에 의한 공동전기물로 전해내려오던 변강쇠歌는 19세기 후반, 신재효의 의해 판소리 여섯마당중 하나로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면서, 판소리로 계승되지 못하고, 음악적으로 생명을 잃게 되어 결국 화석화된다. 판소리 변강쇠歌는1980년대 후반, 이대근, 원미경 주연의 ‘변강쇠’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90년대 초반, 변강쇠4편까지 시리즈로 이어졌다. 그러나, 영화 변강쇠는, 판소리 변강쇠歌 앞부분에 등장하는 옹녀와 강쇠의 성관계 부분만 왜곡 강조되어 제작되었고, 80년대 에로물의 상징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하지만 판소리 변강쇠歌의 내용을 곰곰히 살펴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하층민과 유랑민들의 겪어야 하는 삶의 애환 그리고 그들을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부조리를 그로테스크하면서 처절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변강쇠歌의 주인공 옹녀와 변강쇠는 사회에서 추방된 자들이다. 옹녀는 그 시대의 터부가 온몸에 새겨져 있어 결국 자신의 땅에서 추방되었고, 강쇠는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 그리고 강쇠의 몸에는 전염병이라는 기표가 중층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옹녀와 강쇠 외에, 변강쇠歌에 등장하는 점쟁이, 중, 떠돌이 초라니, 가객과 유랑악사, 마종, 각설이패, 사당패 등 온갖 하층민의 군상들은 사회 공동체의 주변부에 위치하면서 공동체의 동일성을 교란시키는 앱젝트 (정체성, 체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 경계, 위치 규칙을 무시하는 것)로 볼 수 있다. 또한, 상징적 존재인 장승은 공적성격을 지닌, 공동체의 법, 이데올로기에 대한 괴기스러운 환상을 나타낸다. 장승들의 무시무시한 모습은 공동체 혹은 법에 대한 무의식적인 적의가 투사된 것이며, 이것은 유목민들을 가차없이 처벌하는 공동체 질서의 완강함을 말해주기도 한다
발터벤야민은 ‘역사적 인식의 주체는 투쟁하는 억압받는 계급 자신이다. 또한 역사의 연속체는 억압받는 자들의 연속체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변강쇠와 옹녀, 그들은 호모사케르의 신체이자 벌거벗은 생명, 경계선에 서있는 살아있는 죽은 자들이다. ‘그들의 목소리’ 는 역사에 흔적없이 사라져 버릴 정도로 무시되고 천대받던 하층유랑민들이 역사에 대해서 그들도 살 권리가 있음을 처절하게 발언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시대에도. ‘그들의 목소리’ 는 존재한다. 영하의 날씨에 70미터 고공 굴뚝에서 떨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바닷속으로 침몰한 세월호의 희생자들, 비정규직으로 현재와 미래가 없이 언제 유랑민이 될지 모르는 두려움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들, 이 모두가 ‘그들의 목소리’ 인 것이다.
랑시에르에 따르면 “예술은 실재의 호명이다.”라는 것이다.
실재는 상징계의 폭력에 의해 배제된 자들, 사물들, 랑시에르식으로 말하자면 몫 없는 자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배제된 존재들을 말하는 것이고 그 이름 없는 존재들, 상징계의 합의된 언어로는 구성되지않는 존재들을 이름지어 불러내는 것이 정치이고 예술이라는 것이다.
본인은 개인전‘변강쇠歌2015’ 는, 변강쇠와 옹녀의 독하면서도 끊질기고 해학적인 목소리를 통해 상징계에서 추방된, 이, 시대의, 우리 사회의 호모사케르, 몫없는 자들을 표면 위로 드러내고자 한다.